세 여자와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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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여섯 번째 이야기] 아름다운 동행

생각이 날다 2023. 8. 23. 11:06

 

물까치를 본 적이 있는가?  '봄까치꽃' 꽃말은 '기쁜 소식'

양식이와 함께 집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 즐겁다.

양훈이도 시골에 살지만 정말로 양식이는 모르는 것이 없다.

아빠가 약초꾼이셔서인지 약초나 산나물, 버섯 같은 것에 대한 지식이 굉장히 풍부하다.

 

양식이와 함께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양식이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곤 한다.

길가에 자라는 모든 풀과 나무들, 뿌리와 열매들은 양식이에게는 다 맛있는 나물이 된다. 엄마가 좋아하실 거라며 민들레 뿌리, 참나물, 고사리 등도 산이나 들에 잠깐 가서 얼른 한 주먹 해온다.

 

산과 들에서 나는 모든 것이 양식이에게는 밥 반찬이고 간식이 된다. 싱아를 뜯어 입에 넣어 먹는가 하면 찔레 대를 벗겨서 우적우적 씹기도 한다. 양식이에게는 심마니들이 들고 다니던 갈고리 모양의 호미가 가방에 있었는데 그것으로 칡이나 참마를 캐서 주기도 한다.

길가에 핀 꽃들

또 꽃을 따서 꽃의 꿀을 빨기도 한다.

가끔 너무 많은 꽃을 따먹어 벌들이 걱정이 될 지경이다.

 

이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시고 알려주신 분이 바로 양식이의 아버지다.

뵌 적은 없지만 이런 대단한 공부를 시켜 주신 양식이 아버지는 대단한 재주꾼임에 틀림이 없다.

 

양훈이는 양식이에게 산과 들의 공부를 배우고 양식이는 양훈이에게 학교의 공부를 배운다. 양식이는 결석을 많이 해서 인지 아니면 머리가 좋지 않아서 인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양훈이가 알려 줄 때 제일 이해가 잘 된다고 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양훈이가 음악 선생님도 한다.

양훈이도 음치인데 양식이에게는 제법 엄격한 음악선생님이 되기도 한다.

학교에서 배운 노래를 다 부른 후에는 둘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꼭 학교 종을 부른다.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큰 길로만 걸어가는 것이 지루해지면 양훈이와 양식이는 냇가를 가로질러 갔다.

시골길은 냇가를 따라 그 옆으로 대부분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양훈이와 양식이는 냇가 옆 논둑 길을 따라 가면 된다.

시냇물이 양훈이와 양식이의 노래 소리에 맞춰 연주를 한다.

투명하게 내비치는 시냇물 속으로 버들치들이 왔다 갔다 분주히 움직였다.

양식이가 냇가의 버드나무를 보고 소리쳤다.

 

자 오늘은 피리를 만들어 보겠어요. 이름하여 버들피리!”

 

양식이는 능숙한 솜씨로 필통에서 연필 깎던 칼을 빼서 버드나무 줄기를 2개를 잘랐다.

양식이의 버들피리 만들기 수업이 시작되었다.

양훈이는 학생이 되어 양식이의 수업에 열중하며 피리 만들기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버들 피리 만들기]
                                                                             강의: 문양식 선생님

1 버드나무 가지를 알맞게 잘라주세요.
2 나뭇가지를 살짝살짝 골고루 비틀어 주세요.‘
3. 세게 비틀면 겉껍질이 찢어질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4. 비틀다 보면 속대가 분리되는데, 살살 잡아 쏘옥 빼내세요.
5. 빼낸 속대를 혀로 핥아보면 꿀처럼 달아요.(고수의 팁)
6 속대가 빠진 나무껍질의 끝부분을 칼이나 이빨로 겉껍질만 살짝 벗겨주세요.
7 입 안쪽으로 피리를 깊게 물고 혀와 입천장의 딱딱한 부분으로 눌러 주세요.
8. 나무껍질 끝부분이 좁혀졌으니 조심스레 불어보세요. 뿌뿌 소리가 납니다.
9. 이 때 피리 대가 길면 낮은 음이 피리대가 짧으면 고음이 납니다.

 

두 개의 멋진 버들피리가 완성되었다.

둘은 신나게 버들피리를 불어대며 음악 수업을 시작한다. 

저 멀리 바람이 불고, 나무들이 바람을 타며 손바닥을 흔들고, 그리고 청보리가 물결치고 있었다.

 

양훈이 눈이 순간 번득였다.

 

“자 오늘은 피리를 만들어 보겠어요. 이름하여 보리피리!”

 

양훈이는 동네 남현이 형에게 보리피리와 풀잎 피리를 만들어 불 수 있다.

사실 양식이처럼 어마어마한 노하우는 아니지만 양식이처럼 잘난 척을 해 보기로 했다.

 

                                             [보리 피리 만들기]
                                                                                                        강의: 김양훈 선생님
1 청보리 대 2개를 준비하세요.
2 청보리 대를 자세히 보면 마디가 있으니 적당한 크기로 잘라주세요.
3. 한 쪽 끝을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살며시 눌러 주세요.
4. 입 안쪽으로 피리를 물고 혀와 입천장의 딱딱한 부분으로 살짝 눌러 주세요.
5. 처음에는 조심스레 불어보세요. 뿌뿌 소리가 납니다.
6. 이 때 피리 대가 길면 낮은 음이 피리대가 짧으면 고음이 납니다.

 

양식이 마을로 접어드는 어귀에는 꼭 닭벼슬처럼 올라온 꽃들이 양훈이와 양식이를 양 갈래로 맞이하며 마을 안까지 줄지어 서 있다. 마치 결승선을 통과하는 우리에게 승리의 박수를 치며 응원하는 해 주는 것 같았다.

 

“이 꽃 이름이 뭐야?”

“어 맨드라미야.”

“아빠가 그러시는데 닭의 벼슬을 닮으면 '계관 맨드라미'고 촛불을 켜 놓은 듯한 모양이면 '촛불 맨드라미' 래.”

“와 너는 정말 아는 게 많구나.”

어린 양훈이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양식이가 멋지고 대단해 보였다.

양훈이 아빠도 양식이 아빠처럼 자신에게 이런 것을 잘 알려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심 부러웠다.

이 꽃은 꼭 별을 닮았다. 별꽃!

양식이가 마을로 들어가 보이지 않을 즈음 양훈이는 제집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양훈이의 발걸음은 씩씩하다.

긴 호흡 한 번 해 본다.

멋지게 긴 휘파람을 불러본다.

두 손을 모아 부엉이 소리를 내어본다.

씩씩하게 길을 걸어간다.

양훈이가 간다. 길을 비켜라.

 

 

부엉! 부엉~

아무도 없는 만덕산 줄기 따라 산 메아리가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