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자와 아름다운 동행
[아빠의 네번째 이야기] 내게도 애완견이 생겼어요. 본문
새 친구와의 만남

양훈이는 오늘도 해가 뉘엿뉘엿 뒷산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제 집을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벌써 형 누나들은 모두 막차를 타고 와서 다들 제집에 들어간 후에도 한참이 지나서야 헉헉거리며 마을 어귀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도 양훈이는 오늘도 양식이 마을까지 양식이를 데려다 주고 혼자 눈물을 훔치며 무어라도 쫓아올까 봐 뒤 한번 돌아보지 못하고 숨가쁘게 달려왔을 것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일이지만 몇 달을 그렇게 걷고 뛰다 보니 이제 양훈이는 아침 뛰기에서 웬만한 누나들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재빠르고 오래 달릴 수 있다.
그래도 양식이와 헤어진 후 다시 펼쳐지는 양식이 마을에서 양훈이의 집까지의 거리(2km)는 어린 양훈이에게 버겁기만 하다.
아니 솔직히 정확하게 말하자면 걸어오는 것은 이제 어렵지 않다.
문제는 외딴 시골길을 홀로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로 어린 양훈이에게 어렵고 무섭기만 한 일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 바람이라도 불면 저 멀리서 머리를 풀어 헤친 백발의 귀신이 자꾸만 양훈이에게 어서 오라면 손짓하는 것 같다.
‘이건 내가 잘못 본 걸 거야.’
하며 계속 걸어가지만 점점 가까워질수록 형체가 또렷해지는 펄럭 귀신의 모습을 보며 간이 콩알만 해졌다.
‘아닐 거야, 저건 귀신이 아닐 거야’
다시 한번 자신의 눈을 부정하며 마음 조이는 양훈이는 오늘도 가슴을 졸이며 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막상 가까이에 가보면 철렁 내려앉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애써 웃음 짓는다.
바람이라도 불면 밭에서 고추 농사 짓고 난 비닐이 나뭇가지에 걸려 그렇게 펄럭이며 손짓했던 것이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철문을 발로 차고 들어와 가방을 마루에 던졌다. 그러고는 발길을 장독대 옆으로 향했다.
엊그제 공들여 만든 꽃밭 보며 애써 마음을 달래 보려는 심산이었다.
아빠와 그럴싸하게 작은 화단을 가꾸었는데 동네에 널브러져 있는 봉숭아와 맨드라미도 옮겨 심었고 여름에 이쁘게 필 채송화도 옮겨 심었다. 앞산에서 직접 캐 온 참나리 꽃도 옮겨 심었다. 꽃밭의 꽃 중 가장 키가 크고 가장 꽃도 크다.
둘레에는 작은 돌들을 둘러서 꽃밭의 경계도 만들었다. 말뚝을 박아 이름표도 붙였다.
‘양훈이네 꽃집’ 이다.
풀도 뽑아 주고 물도 주며 콧노래를 부르다 뭔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 번 꽃밭의 꽃들의 이름을 부르며 확인했다.
봉숭아 5개, 맨드라미 5개, 채송화 5개, 참나리 1개... 참나리?
이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분명 참나리가 없다.
순간 떠오르는 얼굴
“엄마!”
양훈이는 연신 엄마를 불러보지만 해가 채 넘어가지 않았는데 집에 계실 리가 없다.
틀림없다.
엄마가 뽑아버린 것이다. 장독대 가는 길이 불편하시다더니 키가 큰 참나리가 걸리적거린 게 틀림없다. 아마 엄마는 양파 뽑듯 뽑아 두엄자리에 던져 버리셨을 것이다.
키가 크다고 이렇게도 냉정하게 뽑아 버리시다니....
오늘은 정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날인 것 같다며 돌아와 마루에 드러눕는데 철대문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가 들어오셨다.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시각 콧노래를 부르시며 한 손에 뭔가를 들고 들어오시는 분은 바로 양훈이 아버지시다.
엊그제 만들어 놓은 꽃밭을 엄마가 다 망쳐 놓았다며 아빠에게 안겨 한참을 징징거릴 마음으로 두 눈을 질끈 감고 ‘이잉’ 하는 소리를 내며 아빠에 달려갔다.
뭐지?
뭔가 아빠의 품 안에 쌔근쌔근 자고 있는 게 보였다.
“이 강아지는 뭐야?”
“운암리 할머니 댁 갔다가 옛날 동네 친구 만났는데 친구가 새끼를 5마리 낳았다며 한 마리 주길래 받아왔다.”
“친구 말로는 어미가 비싼 사냥개 종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냥 똥개 같다. 한 마리 가져가서 키워 보라 해서 가져왔는데... 이제부터는 네가 키워라.”
이제 막 젖을 뗀 강아지는 아직도 어미 품이 그리운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주인임을 직감한 것인지, 반쯤 감긴 눈으로 양훈이의 품을 파고 들었다.
강아지는 검정색 바탕에 눈 주변과 다리가 황색 털이 섞여 있는 전형적인 독일견 ‘셰퍼드’다.
양훈이는 아직 어미 젖을 겨우 뗀 강아지이지만 잘 키워서 아빠나 식구들에게 보란 듯이 잘 돌봐서 멋진 사냥개로 키우기로 결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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