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자와 아름다운 동행
[아빠의 다섯번 째 이야기] 반려동물 내 친구 '벤' 본문

셰퍼드가 온 지 여러 달이 지나갔다.
그동안 강아지 이름도 지어주었다.
어느 만화책에서 봤던 강하고 똑똑했던 개를 떠올리며 그 개의 이름을 따서 부르기로 했다.
양훈이의 강아지 이름은 ‘벤’이다.
벤이 온 후로 양훈이도 벤을 조련 시키는 멋진 조련사로서 거듭났다.
벤에게 온 관심과 정성을 쏟는지라 말썽이 줄어든 양훈이를 보고 귀찮게 떼도 쓰는 일도 사라졌다며 식구들 모두가 좋아했다.
양훈이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누어 훈련 계획을 세웠다.
아침에는 제자리 멀리뛰기, 점심 때에는 동네 한 바퀴, 그리고 저녁에는 구르기와 장애물 넘기이다.
벌써 몇 달째이다.
양훈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제자리 높이뛰기를 시켰다.
벤에게 손을 들어 제자리 높이 뛰기 연습을 시켰는데 어느새 양훈이 허리춤 이상 뛸 수 있게 되었다.
처음부터 잘 뛴 것은 아니다. 힘없는 강아지였던 벤은 훈련을 잘 이겨내지 못했다.
양훈이는 벤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벤처럼 작고 왜소했던 양훈을 위해 양훈의 엄마는 누나들 몰래 양훈이에게 쇠고기를 따로 먹이셨다.
그 귀한 쇠고기를 양훈은 잘 남겨두었다가 벤에게 포상으로 주곤 했다. 그래서인지 벤은 무럭무럭 자랐고 혹독한 훈련도 잘 이겨낼 수 있었다.
“다 너를 위한 거야.”
어린 양훈이에게 늘 동네 어른들께서 하시던 말씀을 어린 벤에게 하곤 했다.
벤을 가르치며 양훈이는 부모님이 자신을 위해 ‘참 고생 많이 하셨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6개월이 지난 지금 양훈이네 벤은 훌륭한 사냥개가 되어있었다.
이제 양훈이네 개 벤은 동네 어느 개보다 높이 뛸 수 있고 빠르게 달리며 장애물을 넘고 구르기를 잘하는 개다.
양훈이는 학교 갈 때에도 데리고 가고 싶고 잘 때도 꼭 안고 자고 싶었다.
몰래 벤을 학교에 데리고 갔다가 선생님께 꾸중을 듣기도 하고 아빠 몰래 방으로 데리고 와서 아빠에게 크게 혼난 일도 여러 번이다.
그럴수록 더욱 벤과 떨어지기가 싫고 자꾸자꾸 벤이 보고 싶어졌다. 그건 벤도 마찬가지일 거다.
실은 벌써 몇 달 전부터 양훈이는 벤과 함께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선생님이 학교로 벤을 데리고 와도 된다고 하신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양식이와 함께 집으로 걸어오는데 양식이가 마을로 들어가 사라지면 양훈의 새 친구 벤이 달려온다.
몇 달 전의 일이다.
집으로 가는 길 양식이를 데려다 주고 혼자 눈물을 훔치며 집으로 뛰어오는 길이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얼른 이 을씨년스러운 시골길을 최대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양훈의 목표였다.
양식이네 마을 당산나무를 지나 한 참을 가다 보면 옛 마을터가 보인다.
원래 그 마을은 보광리였다고 하던데 지금은 모두 떠나고 사람이 살고 있지 않고 있다. 그 자리가 워낙에 돌이 많은 산이기 때문에 얼마 전에 한 회사가 그 마을을 사들이고 보광산업이라는 회사를 세워 자갈을 생산해 내다 파는 일을 한다고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종종 화약 폭발하는 소리도 들리고 전에 보이지 않던 덤프차도 많이 오가기 시작했다.
'차라리 덤프차라도 많이 다니면 덜 무서울까?'
생각하며 양훈이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왈왈~"
잘 못 들은 것일까?
"왈왈~"
다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벤이 달려오고 있었다.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너무 반갑고 기쁜 마음에 양훈이도 뛰어갔다.
벤은 양훈이가 걱정이 되었는지 마을에서 2km나 떨어진 이 길을 마중 나온 것이다.

“벤, 고마워!”
이제 양훈이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어렵지 않다.
양식이와 함께 즐겁게 놀면서 오다가 헤어지고 나면 두려움도 떨치기 위해 큰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그렇게 길을 조금 걷다보면 언제나 벤이 달려온다.
‘어떻게 하면 벤이 내 소리를 빨리 듣고 달려올 수 있을까?’
양훈이는 벤을 더 빨리 부르고 싶은 마음에 머리를 요리조리 굴려봤다.
그러다가 순간 전에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냄새보다도 소리가 더 멀리 가고 소리 중에서도 고음이 더 잘 들린다는 이야기.
그래서 악기소리가 더 멀리 전해진다던 이야기.
그래서 병사들이 악기를 이용해 전쟁을 치루기도 한다는 그 이야기
양훈이는 휘파람을 생각해 냈다.
입술을 모아 입 밖으로 공기를 내어보내면 입술에 부딪히며 휘파람 소리가 난다.
양훈이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다.
하지만 이 소리보다 그냥 벤을 부르는 소리가 더 잘 전해질 것 같았다.
'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남현이 형에게 새로운 방법을 배웠다.
정말 남현이형은 못하는 게 없다.
형은 아랫입술을 엄지와 검지로 잡고 그 틈 사이로 순간 공기를 세게 빨아들여 어마어마하게 큰 휘파람 소리가 냈다.
정말 획기적이고 탁월한 방법이다.
양훈은 더 큰 휘파람 소리를 만들기 위해 연습 하고 또 했다.
밤낮으로 연습하는 양훈에게 쏟아지는 누나들의 불평은 천정을 뚫을 기세였다.
그래도 양훈이는 꿋꿋하게 휘파람 소리를 연습했다.
저녁을 하시는 엄마는 밤에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온다며 양훈이를 나무랐다.
가족들의 불평불만이 쌓일수록 점점 더 높은 음역대의 휘파람 소리가 완성되기 시작했다.
더, 더 멀리서 들릴 휘파람이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휘파람 연습을 했는데 아이들도 최고라며 양훈이를 치켜세워 주었다.
그걸 보시던 선생님이 드디어 나서셨다.
“양훈아, 큰 소리로 신호를 보내고 싶니?”
그간의 이야기를 들으신 선생님은 싱긋 웃으시며 양훈이에게 특급 방법인 ‘부엉이 소리’ 내는 법을 알려주셨다.
다만 연습을 많이 해야 하고 폐활량이 커야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하시며 시범을 몇 번 보여주셨다.
세수하듯이 두 손을 모아 물을 뜨듯이 공기가 새어 나가지 않게 하고 두 엄지가 쌍둥이처럼 나란히 서게 한 다음 두 엄지가 만나는 곳에 첫 번째 뼈마디와 두 번째 뼈마디 사이에 공간이 생기도록 만든다. 그런 다음 두 번째 뼈마디가 시작하는 지점에 입술을 대고 세차게 바람을 불어넣으면 공기가 빠르게 통과하며 손바닥의 공간을 때리며 큰 울림을 만들어 내는데 그때 부엉 부엉 소리가 난다.
진짜 꼭 부엉이 소리 같다.
그 후로 서로 먼저 부엉이 소리를 내겠다는 아이들로 우리 반은 여념이 없었다.
여기서도 부엉부엉 저기서도 부엉부엉 소리를 내기 위해 하루 종일 두 손을 모으기 일쑤였다.
‘간절함은 하늘도 움직인다.’
교실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큰 부엉이 소리를 낸 사람은 바로 양훈이다.
아이들은 모두 환호성을 치며 다시 해봐라 아니면 나도 하는 방법을 알려달라며 양훈이를 귀찮게 했다.
귀찮은 척하는 양훈이는 속으로는 정말이지 기분 좋았다.
내성적인 양훈이가 친구들과 이렇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그렇게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양훈이의 부엉이 소리를 듣고 어디서든지 벤은 달려왔다.
“어디선가 양훈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빠빠빠빠빠빠빠빠~~”
TV 만화 주제곡처럼 양훈이가 있는 곳이면 언제 어디든지 벤이 나타나곤 했다.
산골의 작은 마을 용대와 청운동의 산 메아리가 부엉이 소리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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